비건을 시작하면 주변에서 어떤 질문을 받을까요? 고기, 건강, 회식, 치즈, 예민함까지… 실제로 들었던 질문 7가지와 나만의 대답을 정리했습니다.
질문에 흔들릴 뻔했던 순간들, 그리고 내 안의 기준
비건을 시작한 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내가 먹는 식단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질문이었다.
“왜 고기를 안 먹어?”
“그렇게까지 해야 돼?”
“몸에 안 좋은 거 아니야?”
처음에는 당황했고, 때로는 상처도 받았고, 설명하기도 피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을 통해 내 선택을 더 잘 설명하게 되었고, 누군가의 오해를 풀 수 있었으며, 내 안의 기준도 단단해졌다.
이번 글에는 비건을 시작한 뒤 실제로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 7가지와 그때 내가 했던 대답,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내 생각을 담았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해 본다.
1. “고기는 왜 안 먹어?”
이 질문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처음 들었을 땐, 내가 뭔가를 ‘금지당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유가 딱 하나는 아니에요. 건강, 동물권, 환경 문제… 이런 것들이 섞여 있어요. 그냥 내가 뭘 먹는지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한 번 바꿔보고 싶었어요.”
의도를 설명할 수 있을 때, 비건은 변덕이 아닌 기준이 된다. 이 대답은 내 삶에 대한 태도를 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걸 조금은 이해해 주기 시작했다.
2. “그렇게 먹으면 건강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많이 들은 질문이고, 실제로 나도 초반에는 걱정했었다. 비건 초기에 몸이 무기력하거나 소화가 불편했던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근데 단백질, B12, 오메가3 같은 보충제를 제대로 챙기니까 오히려 예전보다 컨디션이 안정됐어요. 무조건 채식이 더 건강하진 않지만, 잘 설계된 채식은 충분히 건강할 수 있어요.”
내 몸의 변화는 건강함으로 증명됐다. 이후 이 질문은 ‘걱정’이 아니라, 관심의 표현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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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 계란도 안 먹어? 치즈도 못 먹는 거야?”
이건 정말 자주 들었다. 특히 외식 자리에서 “치즈는 괜찮지 않아?”라는 말은 수시로 나왔다.
“계란, 치즈도 동물성 식품이라 비건 식단에선 제외해요. 비건은 우유 대신 두유, 치즈 대신 캐슈 치즈 같은 대체품을 써요. 꼭 안 먹어야 해서 안 먹는 게 아니라 나랑 맞지 않다고 느껴져서 대체하고 있어요.”
‘못 먹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한 사람’이라는 걸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그러면 상대도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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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건이면 약도 안 먹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지만, 의외로 자주 들었다. 특히 약에 동물성 젤라틴이 들어간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비건과 약의 관계는 애매한 지점이 존재한다.
“일상적으로 먹는 약은 성분까지 비건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서, 꼭 필요한 경우는 그냥 먹어요. 실천 가능한 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거지 완벽주의로 살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이 대답은 사람들에게 비건은 ‘완벽한 수행’이 아니라, ‘의도를 지켜가는 생활방식’이라는 인식을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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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식 땐 뭐 먹어?”
이건 직장인이라면 100% 듣는 질문이다.
“고기를 먹는 회식 자리도 그냥 같이 가요. 고기 대신 채소나 곡물류, 다른 것들을 먹어요. 회식은 사람을 위한 자리니까, 먹는 건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어요.”
이런 대답을 하면 의외로 불편하지 않게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내 기준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공간에 예의 있게 머무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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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가장 마음이 흔들렸던 질문이다. 내 선택이 ‘예민함’이나 ‘과민반응’으로 비춰질까 두려웠다.
“예민하게 보일 수도 있죠. 근데 이게 나한테 중요한 가치라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키고 싶어요. 누군가에겐 별일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삶을 바꾸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잖아요.”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나의 기준을 존중하는 말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조금씩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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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걸 왜 하는 거야? 종교야?”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속으로는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에 위축될 때도 있었다.
“종교는 아니에요. 그냥 내가 좀 더 나답게 살고 싶어서요.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니까, 가볍게 보이지만은 않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했을 때 상대는 더 이상 농담하지 않았다. 비건이 가볍게 흉내 낼 수 있는 유행이 아니라, ‘개인의 철학’이 담긴 선택이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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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 질문에 대답하면서, 나는 나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비건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바뀐 건 식단이 아니었다. 말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나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질문이 무섭고, 상대의 반응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 질문은 공격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다는 표현일 수 있다는 것
- 대답은 방어가 아니라 나를 설명하는 기회라는 것
비건은 혼자 먹는 식사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대화 방식까지 바꾸는 경험이었다. 당신도 이런 질문을 받고 있다면, 그건 당신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분명, 아주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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