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번에서 한국인 직장인이 경험한 식단 변화 이후의 진짜 이야기. 비건 식단으로 바꾼 뒤, 직장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해외에서 직장 생활 중인 한국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식·대화·협업에서 비건이 미친 영향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비건을 결심한 후, 변한 건 식단만이 아니었다
비건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걱정했던 건, ‘내 건강’보다도 ‘내 사회생활’이었다. 지인들과의 식사, 회식 자리, 팀 런치, 커피 타임까지. 직장 생활의 수많은 소셜 루틴이 결국 ‘먹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으로, 다문화 로컬 환경 속에서 일하지만 가끔은 한국 문화 기반의 사람들, 혹은 한국 기업과 협업할 일이 생긴다.
이 두 가지 문화 사이에서 비건 식단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야 했던 경험은 때로는 도전이었고, 때로는 배움이었다. 오늘은 그 과정을 통해 겪었던 직장 생활의 실제 변화 5가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1. 점심시간 대화의 주제가 달라졌다
비건 전에는 점심시간이면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라는 질문이 당연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비건 후, 이 질문에 나는 항상 ‘예외’가 되어버렸다.
멜번은 채식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라 비건 옵션, 비건 레스토랑, 대체 식단, 글루텐 프리 등이 흔하다. 하지만 여전히 식당 선택이 제한될 때, 나는 함께 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택한 건 식사 이후의 대화를 더 의미 있게 이어가는 전략이었다.
✔︎ 식사 선택에는 조용히 양보하지만
✔︎ 식사 후 대화에는 더 적극적으로 참여
✔︎ 먹는 것을 공유하지 못할 때, ‘관심과 리액션’을 나눌 수 있는 감각을 키움
한국 직장문화에서 점심시간은 ‘업무 외 대화’의 핵심 루틴이다. 물론 해외에서는 ‘개인의 취향 존중’이 더 강하게 작동하지만,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은 어느 나라든 본질적으로 같다.
2. 회식(Team Dinner) 참석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초반에는 회식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같은 테이블에서 고기가 구워지거나, 펍 푸드, 큰 협력사 등과 함께하는 큰 펑션의 경우 메뉴의 80%는 내가 먹지 못하는 구성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의 팀 문화는 “회식에 참석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가고 싶은 자리에만 참석하고, 나를 소모시키는 자리는 유연하게 거절하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유연한 팀 분위기에 서로 익숙해지면서부터 대부분의 자리에 참석하고 있다.
✔︎ 선택적으로 참석한다면, 대신 참석한 자리에선 더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
✔︎ 메뉴 선택 전, 팀에게 미리 알리고 ‘채식 옵션 포함 요청’
✔︎ 먹지 못하는 음식에 대한 해명보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걸 알려주는 태도’를 연습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회식이 소속감 확인의 도구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먹는 방식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 나의 태도 변화는 결국 다른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시작이기도 했다.
3. 직장 내 ‘식단 선택’은 곧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비건을 한다고 하면, 종종 이런 반응을 듣는다: “아, 너 좀 진지한 사람이구나.”, “환경 문제나 동물권에 관심이 많구나.”
이곳처럼 개방적인 환경에서도 비건은 여전히 하나의 ‘신념’처럼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왜 이런 식단을 하느냐’는 질문은 곧, ‘너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질문에 나는 항상 “완벽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조금씩 지키고 싶어서 시작했다”라고 대답한다.
✔︎ 회사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 클라이언트와의 회의 자리에서도
내 식단은 대화의 소재이자, 나를 소개하는 한 방식이 된다.
한국 직장에서라면 더더욱, 자기 신념이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에 조심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내 경험상, 솔직한 태도는 오히려 더 강한 신뢰로 이어졌다.
4. 도시락을 싸 오면서 생긴 루틴의 안정감
회사 주변에 매일 갈 수 있는 비건 식당이 있는 건 아니다.
멜번도 그렇고, 서울 강남도 마찬가지다. 결국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내가 준비한 식사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이건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라, 매일 나를 돌보는 습관이 생긴 것과 같았다.
✔︎ 매주 일요일에 3~4일 치 식재료 준비
✔︎ 두유, 콩류, 샐러드, 곡물베이스로 단순화
✔︎ 도시락으로 식사할 때 업무 집중력 상승 체감
이런 루틴은 내 몸뿐 아니라 내 일정, 시간, 업무 효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한국 직장인들에게 도시락은 ‘건강관리’의 도구일 때가 많다. 하지만 비건 도시락은 가치 실천 + 루틴 안정화라는 복합적 의미를 가진다.
5.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생각보다 괜찮네?”
비건이 낯설었던 동료들도 나를 포함한 몇 명의 비건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점점 이렇게 말했다.
“도시락 맛있어 보여.”, “이 레스토랑 괜찮다, 다음엔 여기 또 가자.”, “이런 선택, 멋진 것 같아.”
비건은 때로 ‘불편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 조용히 실천하고 있으면, 그게 팀 분위기 전체를 부드럽게 바꾸기도 한다.
✔︎ 대놓고 설득하지 않아도
✔︎ 메뉴 선택에 동참할 사람은 자연스럽게 생기고
✔︎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대화가 늘어난다
결국 비건은 내 사회생활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내 일상에서 더 깊은 연결을 만들어주는 통로가 되었다.
마무리 – 식단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직장 생활에서는 ‘관계의 기술’이 된다
한국에서든, 호주에서든, 직장은 결국 관계를 맺고 협업하는 공간이다. 비건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표현하는 방식이다.
✔︎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준비
✔︎ 관계에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내 기준을 지키는 태도
✔︎ 먹는 방식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설명할 수 있는 힘
이 세 가지는 채식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식사라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
'슬기로운 섭식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에서도 가능한 마일드 채식 가이드 – 실패하지 않는 시작법 (0) | 2025.08.29 |
---|---|
한 달 만에 비건 실패? 지속 가능한 실천을 위한 식단 루틴화 전략 (0) | 2025.08.26 |
식단 하나 바꿨을 뿐인데 – 나의 소비 습관이 달라진 이유 (0) | 2025.08.23 |
비건을 하면서 더 예민해졌다고 느껴질 때 – 감정 변화에 대처하는 법 (0) | 2025.08.21 |
비건이 된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7가지와 나의 대답 (0) | 2025.08.18 |
채식 시작 전, 꼭 알아야 할 5가지 현실 팁 – 실패 없이 지속가능한 채식을 위한 실전 입문 가이드 (0) | 2025.08.16 |
편의점에서도 가능한 하루 비건 챌린지 – 현실 채식의 첫걸음 (0) | 2025.08.14 |
완전 채식이 부담스럽다면? ‘플렉시테리언’이란 이런 식단입니다 (0) | 2025.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