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을 멈춘 뒤 몸이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식단 전환 이후의 솔직한 경험과 회복 과정, 다시 채식을 지속하는 지금의 식사 방식까지 자세히 공유합니다.
채식은 하지만 비건은 아닙니다?
비건으로 사는 것을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 환경을 생각했고, 건강을 생각했고, 동물권도 지지했다. 그 신념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몸이 달라졌다. 아무리 자고 일어나도 피곤했고, 집중이 되지 않았고, 일정하게 돌아왔던 생리 주기도 다시 흐트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 부족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 하지만 몸은 내가 버틸수록 더 크게 경고했다.
결국 나는 비건 식단을 잠시 멈췄고, 그 이후 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이 글에 담았다. 이건 단순한 ‘채식 포기 이야기’가 아니라, 내 몸과 다시 균형을 찾기 위한 기록이다.
1. 왜 비건을 멈추기로 했는가
비건 식단을 한 지 약 1년 6개월쯤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 주요 증상
- 간헐적 피로감
- 생리 주기 불규칙
- 집중력 저하
- 손끝 저림, 어지럼증
- 모질과 모발양의 감소
영양소를 하나하나 따져봤다. B12, 철분, 단백질, 오메가3… 모두 조금씩 부족했다. 보충제를 챙기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다양한 식단을 꾸준하게 유지하지 못한 탓에 결핍 상태가 이미 누적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이후로도 한 달여를 버텼다. 이 식단이 내 몸과 맞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 것이다.
2. 식단을 바꾼 직후, 몸이 빠르게 반응했다
나는 점진적으로 비건을 중단했다. 유제품부터 다시 섭취했고, 그 다음은 계란, 마지막으로 주 1회 소량의 생선을 추가했다. 이후 다시 베지테리언을 지향하며 간헐적 페스코-베지테리언에 가까운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 변화는 일주일 내에 빠르게 시작됐다.
- 기상 시 피로감이 확연히 줄었다
- 어지러움이 사라졌다
- 운동 후 회복 속도가 좋아졌다
- 피부 건조함이 줄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 집중력이 되살아났고, 글쓰기도 편해졌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생리였다. 식단을 바꾸기 몇 달 전부터 다시 조금씩 불규칙해지던 주기가 정상 주기로 돌아왔다.
3. 비건 중단은 ‘패배’가 아니다
처음엔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주변에 10년 20년 비건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 동료, 친구들을 보면서 묘한 질투와 함께 자괴감까지 밀려왔다.
“결국 고기를 먹는구나.” “내가 실패했구나.” 하지만 이건 실패가 아니라 조정이었다. 애초에 그들의 몸과 나의 몸이 같지 않으며, 사람마다 영양분을 받아들이고 소진하는 몸의 기능적 한계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비건은 나에게 음식을 넘어 가치와 정체성의 문제였기에 이 결정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 몸이 무너지는 걸 보며 확신했다.
가치만 남기고 건강이 무너진다면, 그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 나는 지금도 여전히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 하지만 가끔 내 몸에 필요한 날에는 유연하게 동물성 식품을 보충한다. 이 방식이 나에게는 가장 현실적이고 건강한 선택이었다.
4. 지금의 식단 구조 예(회복 후 기준)
- 아침: 오트밀 + 소이요거트 + 렌틸콩샐러드 (필요시 삶은 계란 1개 추가)
- 점심: 통곡물사워도우 + 브로콜리퓨레 + 캐슈치즈 (필요시 연어, 참치 등 생선 추가)
- 간식: 바나나 + 견과류 + 피넛버터
- 저녁: 현미밥 + 두부구이 + 김 + 나물류
이 외에도 다양한 콩류와 두부, 건강한 식물성 지방이 풍부한 채소와 오일 등을 위주로 식단을 꾸리며 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는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여전히 더 건강한 성분의 비건 인증 식품을 위주로 섭취한다.
예: 치즈 → 비건 캐슈 치즈, 마요네즈 → 식물성 올리브 마요네즈 등
※ 식물성 식단을 기본으로 유지하면서 영양 보완이 필요한 시점에 부분적으로 동물성으로 추가•대체 구성
몸이 알려준 결론 – 식단은 정체성이 아니라 균형이다
이제 나는 스스로를 '비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채식 중심의 삶을 실천 중이다. 중요한 건 타이틀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비건을 그만두는 건 패배가 아니다. 그리고 무리하게 지속하는 것도 성공이 아니다. 오히려 내 몸이 필요로 할 때, 잠시 쉬어가는 것이 꾸준히 더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식단은, 내 몸이 고마워하는 식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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